낙동강이 한 바퀴 휘감아 도는 마을, 안동 하회

안동 하회마을 전경
낙동강이 휘감아 도는 하회마을 전경 (사진: Theda Grimoire, CC BY-SA 2.0, 위키미디어 공용)

낙동강이 마을을 한 바퀴 휘감아 돈다고 해서 이름 붙은 하회(河回)마을입니다. 풍산 류씨가 600여 년간 대대로 살아온 집성촌이 지금도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고, 2010년에는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고 합니다. 안동 여행을 하회마을 하나로 끝내기는 아쉬운데, 하루 일정으로 묶어 돌 수 있는 거리에 병산서원과 월영교, 찜닭거리까지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600년 집성촌, 하회마을

마을 자체는 1984년 국가민속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됐다가 2024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기와집과 초가가 섞여 있는 골목을 걷다 보면 지금도 실제로 사람이 사는 마을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강 건너 부용대에 올라가면 마을이 물돌이 모양으로 휘어진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려 말 류종혜가 터를 잡은 뒤

하회마을에 류씨가 처음부터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의 설명에 따르면 마을에는 원래 김해 허씨와 광주 안씨가 살았고, 이들이 조선 후기에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면서 풍산 류씨가 마을의 중심 가문이 됐다고 합니다. 풍산 류씨는 고려 말 하회 가까운 풍산에서 류종혜가 가문을 이끌고 들어온 것이 시작이며, 그의 5대 후손 대에 마을이 크게 발전했다고 전해집니다.

하회(河回)라는 이름은 낙동강이 S자 모양으로 마을을 감아 도는 지형에서 나왔고, 마을 둘레는 나지막한 산이 두르고 있습니다. 강과 산이 마을을 안쪽으로 감싼 이런 지형이 외부와 쉽게 섞이지 않는 집성촌의 모습을 오래 지켜 준 배경이라고 읽을 수 있습니다.

형제의 집, 양진당과 충효당

마을 안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집은 북촌의 양진당과 남촌의 충효당입니다. 양진당은 보물 제306호로 지정돼 있고 겸암 류운룡의 종가로 소개됩니다. 충효당은 보물 제414호이며, 서애 류성룡이 세상을 떠난 뒤 후손과 제자들이 그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지은 집이라고 합니다. 류운룡이 형, 류성룡이 동생이고, 두 사람 모두 퇴계 이황의 문하에서 공부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류성룡은 임진왜란 때 성곽 축조와 무기 제작 같은 일에서 큰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강 건너 부용대는 높이 약 80m의 절벽입니다. 이 절벽의 허리께에는 류운룡과 류성룡 형제의 정사(精舍)를 가로로 잇는 길이 있었고, 형제가 이 길을 오가며 우애를 나눴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마을을 내려다보는 전망대로만 알려진 부용대에 이런 사연이 얹혀 있는 셈입니다.

허도령 전설과 하회별신굿탈놀이

하회마을은 탈놀이로도 이름이 높습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허도령 전설과 함께 전해지는데, 산신이 꿈에 나타나 마을의 재앙을 막으려면 탈을 만들어 굿을 하라고 일러 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허도령이 금줄을 치고 홀로 탈을 만들던 중 그를 연모한 처녀가 금기를 깨고 안을 엿보자 허도령이 피를 토하고 숨졌고, 마지막으로 만들던 이매탈은 턱이 없는 채로 남았다고 전해집니다.

1980년에 국가무형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됐고 지금은 국가무형유산으로 불립니다. 양반·선비·중·할미·초랭이·백정·이매·각시·부네·주지 등 11개의 탈이 전해지고, 놀이는 10개 마당으로 이뤄진다고 합니다. 마을 굿으로 열린 마지막 별신굿은 1928년이었으며, 지금은 3월부터 11월까지 전수회관에서 상설공연이 열린다고 안내됩니다. 공연 일정은 바뀔 수 있으니 안동시 관광 안내를 확인하세요.

조선 중기 서원 건축, 병산서원

병산서원은 1570년대에 서애 류성룡 선생이 후학을 기르기 위해 풍산에서 병산으로 자리를 옮기며 시작됐다고 전해집니다. 조선 중기에 지어진 서원 건축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2019년 ‘한국의 서원’ 9곳 가운데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 있습니다. 마당에서 바라보는 낙동강과 병산의 풍경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원”이라는 수식어로 자주 소개됩니다.

월영교와 찜닭거리

안동댐 쪽에 있는 월영교는 야경이 아름다운 다리로 꼽힙니다. 저녁 산책 코스로 들르기 좋고, 근처 제비원 석불까지 묶어서 돌아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식사는 안동 구시장의 찜닭골목을 찾는 사람이 많은데, 매콤달콤한 찜닭이 안동 여행의 대표적인 먹거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입장하기 전에 확인할 것

하회마을 입장료는 성인 개인 기준 5,000원으로 안내되고, 6세 이하·65세 이상·장애인·국가유공자는 무료로 소개됩니다. 개방 시간은 4~9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10~3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표소에서 마을 쪽으로는 무료 셔틀버스가 다니는데, 입장권이 있어야 탈 수 있다고 합니다. 요금과 운영 시간은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에 안동시 공식 관광 안내를 확인하세요.

와들 의견

와들은 하회마을이 사진으로 보면 한옥 구경이지만, 이야기를 알고 걸으면 가문과 형제, 탈놀이가 겹쳐 보이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진당과 충효당을 나란히 본 뒤 부용대에서 마을 전체의 물돌이를 내려다보는 순서가 이해하기 쉽습니다. 다만 지금도 주민이 살고 있는 마을이라 대문 안쪽이나 개인 마당을 허락 없이 들여다보는 행동은 삼가야 합니다. 병산서원과 월영교까지 하루에 묶으려면 이동 시간이 꽤 들기 때문에, 한 곳을 덜어 내더라도 여유 있게 잡는 편을 권합니다.

하회마을에서 병산서원까지는 차로 이동해야 하는 거리지만, 강을 끼고 도는 풍경이 이어져서 이동 자체가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진다는 평도 많습니다. 역사와 건축, 풍경을 한 번에 보고 싶다면 안동만 한 곳이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병산서원 만대루
병산서원 만대루 (사진: Robert, CC BY 3.0, 위키미디어 공용)

글: 와들 편집데스크 작성

강이 한 번 휘감아 안은 마을은,
시간도 쉽게 흘려보내지 않는다.

— 와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