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연 태조 이성계의 본관이 자리한 도시, 전주의 한복판에는 기와지붕 800여 채가 한데 모인 한옥마을이 있습니다. 명소가 좁은 구역 안에 촘촘히 붙어 있어 걸어서 다 돌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힙니다. 덕분에 하루 일정만으로도 주요 볼거리를 빠짐없이 훑는 동선이 무리 없이 나온다고 합니다.

전주 한옥마을 전경 · 사진: Mobius6,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경기전 — 태조 이성계의 초상을 모신 곳

경기전 · 사진: Bernard Gagnon, CC0, 위키미디어 공용
한옥마을로 들어서는 초입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이 경기전입니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 곧 초상화를 모시기 위해 1410년에 세워진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전으로 향하는 길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 북적이는 한옥마을 거리와는 사뭇 다른 차분한 공기가 흐른다는 평이 많습니다. 경내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전주사고도 복원돼 있어, 건물 한 채씩 걸음을 늦춰 둘러보기에 좋은 곳으로 꼽힙니다.
전동성당 — 순교 터에 세운 서양식 성당

전동성당 · 사진: Mobius6,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경기전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전동성당이 마주 보고 서 있습니다. 조선 후기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당한 자리에 1914년 완공된 성당으로, 로마네스크와 비잔틴 양식을 함께 품은 건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붉은 벽돌과 회색 벽돌을 번갈아 쌓은 외관은 주변 한옥 기와지붕 사이에서 단연 도드라진다고 합니다. 한옥과 서양식 성당이 한 화면에 담기는 보기 드문 구도 덕분에, 전주를 대표하는 사진 명소로도 자주 거론됩니다.
한옥마을 거리 — 한복 체험과 길거리 간식
경기전과 전동성당을 둘러싼 골목에는 한복 대여점, 전통 공예 체험관, 찻집이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한복을 빌려 입은 여행객들이 골목을 오가는 풍경이 익숙한 곳이라, 오후가 되면 거리 전체가 하나의 촬영 명소처럼 바뀐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길을 따라서는 수제 초코파이, 떡갈비 꼬치, 홍시 아이스크림 같은 길거리 간식 가게들이 줄지어 있어, 걷다가 출출해질 때 잠시 들르기에 알맞다고 합니다.
풍남문 — 옛 전주읍성의 유일한 남은 문

풍남문 · 사진: IGEL,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한옥마을에서 10분 남짓 걸으면 풍남문에 닿는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전주읍성을 둘러쌌던 4대문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문으로, 오늘날에는 도로 한가운데 로터리처럼 홀로 서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는 평을 받습니다. 밤이 되면 조명이 켜져 한옥마을과는 또 다른 결의 야경이 펼쳐진다고 하며, 그래서인지 저녁 일정의 마지막 코스로 들르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출발 전 점검표 — 경기전과 전동성당
- 경기전 요금 — 일반 개인 기준 어른 3,000원, 청소년·군인 2,000원, 어린이 1,000원으로 안내됩니다. 전주시민과 완주군민은 할인이 적용되고, 어진박물관은 경기전 입장권이 있으면 무료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 경기전 시간 — 3~5월과 9~10월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6~8월은 오후 8시, 11~2월은 오후 6시까지로 소개되며 입장은 마감 한 시간 전까지라고 합니다. 겨울에는 해가 짧으니 경기전을 먼저 넣는 편이 좋습니다.
- 경기전 구성 — 1410년에 창건돼 1614년에 다시 지어졌고 1991년 사적 제339호로 지정됐다고 합니다. 태조의 어진을 모신 정전, 전주 이씨 시조를 모신 조경묘, 실록을 보관하던 전주사고, 어진박물관이 한 울타리 안에 있습니다.
- 전동성당 — 1981년 사적 제288호로 지정됐습니다. 1908년 공사를 시작해 1914년에 마쳤고, 서울 명동성당을 설계한 프와넬 신부가 설계했다고 전해집니다. 이 자리는 1791년 신해박해 때 윤지충과 권상연이 순교한 곳으로 알려져 있어, 외관의 아름다움과 함께 성지로서의 성격이 있는 공간이니 내부에서는 조용히 관람해야 합니다.
점검표 둘째 칸 — 오목대에 올라 마을 내려다보기
경기전과 전동성당을 본 뒤에는 오목대까지 걸음을 옮겨 보세요. 1380년 이성계가 운봉 황산에서 왜군을 크게 무찌르고 돌아가던 길에 이곳에 들러 종친들을 불러 승전 잔치를 열었다고 전해집니다. 잔치가 무르익자 이성계가 한나라 유방의 ‘대풍가’를 불렀고, 이것이 조선 건국의 포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목대는 한옥마을 지붕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로 꼽히며 1974년 전북 기념물 제16호로 지정됐습니다.
오목대에서 육교를 건너면 이목대로 이어집니다. 이목대는 이성계의 5대조인 목조 이안사가 태어난 곳으로 전해지고, 두 곳 모두 고종이 쓴 글씨를 새긴 비석이 서 있다고 합니다.
점검표 셋째 칸 — 한옥마을은 언제 생겼을까
기와집이 줄지은 모습 때문에 아주 오래된 마을로 보이지만, 지금의 한옥마을은 1930년대 주민들이 한옥을 지으며 만든 마을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주시는 1977년 교동과 풍남동 일대를 한옥마을 보존지구로 지정했고, 보도에서는 이 일대를 25만여㎡에 800여 채의 한옥이 있는 곳으로 소개하기도 합니다. 다만 한옥 수는 자료마다 700여 채에서 800여 채까지 다르게 쓰이니, 정확한 수치는 전주시 안내를 참고하는 편이 낫습니다.
점검표 마지막 칸 — 먹거리와 저녁 일정
- 대표 음식 — 비빔밥, 콩나물국밥, 막걸리가 전주의 대표 음식으로 꼽힙니다. 한옥마을 가까이의 남부시장에는 1층에 콩나물국밥과 피순대 같은 먹거리 가게가, 2층에는 청년 상인들의 청년몰이 있다고 소개됩니다.
- 남부시장 야시장 —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 열리는 것으로 안내되며 시간은 하절기 오후 6시~자정, 동절기 오후 5시~10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운영 요일과 시간은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에 전주시 관광 안내를 확인하세요.
와들 의견
와들은 전주 한옥마을의 장점이 ‘걸어서 닿는 거리에 시대가 다른 이야기가 모여 있다’는 데 있다고 봅니다. 조선 건국 설화가 얽힌 오목대와 경기전, 순교의 역사가 서린 전동성당, 읍성의 흔적인 풍남문이 한 생활권에 있어 반나절 안에 시대를 오가며 걸을 수 있습니다. 반면 인기 있는 거리인 만큼 주말 오후에는 골목이 붐비기 쉽고, 한복 체험이나 간식을 곁들이면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흐릅니다. 시간이 빠듯하다면 점검표의 첫째 칸과 둘째 칸을 먼저 끝낸 뒤 먹거리와 한복을 남은 시간에 맞추는 순서를 권합니다.
경기전, 전동성당, 한옥마을 거리, 풍남문 네 곳은 모두 걸어서 이어지는 거리 안에 모여 있습니다. 반나절이면 핵심만 추려 돌아볼 수 있고, 하루를 온전히 쓴다면 한복 체험과 식사까지 여유 있게 곁들일 수 있는 일정으로 꼽힙니다.
세상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는 것이다.
— 와들편집자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