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은 설악산을 출발점 삼아 남쪽으로 번져 내려가며 차례로 절정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발이 높은 산일수록 물드는 시기가 앞당겨지고, 한 산 안에서도 정상부와 계곡부 사이에 1~2주가량 시차가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고 합니다. 산세도 수종도 서로 다른 세 산을 골라 살펴봤습니다.
설악산 — 가장 먼저 물드는 산

설악산 단풍 · 사진: Joycekim77,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설악산은 국내에서 단풍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산으로 꼽힙니다. 9월 말이면 대청봉 정상부부터 물들기 시작하고, 10월 중순 무렵에는 오색약수 계곡과 흔들바위 일대까지 단풍이 내려온다고 합니다. 화강암 바위 사이로 붉은 단풍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이 산만의 특징으로 알려져 있으며, 권금성까지 오르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산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평이 많습니다.
내장산 — 단풍으로 가장 유명한 산

내장산 단풍 · 사진: Marcella Astrid,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단풍 하면 가장 먼저 이름이 오르내리는 산이 전라북도 정읍의 내장산입니다. 산 전체에 단풍나무가 많아 매표소에서 내장사까지 이어지는 진입로가 그 자체로 단풍 터널을 이루고, 우화정 앞 연못 수면에 단풍이 고스란히 비치는 장면은 대표 사진 명소로 꼽힌다고 합니다. 절정은 보통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로 알려져 있어, 설악산보다 2주쯤 늦게 찾아도 때를 놓치지 않는다는 평입니다.
오대산 — 전나무 숲과 단풍이 함께

오대산 단풍 · 사진: Olga Lipunova,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강원도 평창과 홍천에 걸쳐 자리한 오대산은 월정사 입구에서 시작되는 전나무 숲길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철 푸른 전나무 사이사이로 물든 단풍나무가 섞여 있어 다른 산과는 결이 다른 단풍 풍경이 펼쳐진다고 합니다.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계곡길을 따라 걸으면 물소리를 들으며 단풍을 즐길 수 있어, 등산보다 산책에 가까운 코스를 찾는 이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꼽힙니다.
“절정”이라는 말은 얼마나 물든 상태를 가리킬까요?
기상청은 산 정상부터 20%가 물들면 ‘첫 단풍’, 산 전체의 약 80%가 물들면 ‘절정’으로 본다고 합니다. 산림청은 50% 이상 물든 때를 절정으로 보는 등 기준이 달라서, 두 기관이 내놓은 날짜를 같은 잣대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상청 날씨누리에서는 전국 21개 주요 산의 단풍 현황을 확인할 수 있으니, 출발 며칠 전에 실황을 보고 일정을 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산마다 물드는 시기가 다른 까닭은 무엇일까요?
단풍은 하루 최저기온이 5도 안팎 이하로 내려가면 물들기 시작한다고 설명됩니다. 낮에는 햇볕을 받아 광합성으로 잎에 당분이 쌓이고, 밤에 기온이 뚝 떨어지면 나무가 당분을 덜 쓰기 때문에 남은 당분이 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으로 바뀌어 잎이 더 붉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그래서 일교차가 큰 산악 지역, 맑고 건조한 날이 이어진 해에 색이 곱다고 합니다. 기온이 먼저 내려가는 높은 산이 먼저 물든다고 알려진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올해는 언제쯤 가면 될까요?
2026년에는 설악산에서 9월 28일 첫 단풍이 관측됐는데, 지난해보다 4일 빠르지만 평년과는 같은 시기라고 보도됐습니다. 보도에서 소개된 올해 절정 예상 시기는 설악산 10월 20일, 내장산 11월 4일, 오대산 10월 16~25일입니다. 다만 최근 5년의 9월 평균기온이 1990년대보다 2.3도 높아 단풍이 평년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나왔습니다. 예상일은 날씨에 따라 바뀌니 방문 전 기상청 실황을 확인하세요.
내장산은 왜 ‘단풍 하면 내장산’이라는 말을 들을까요?
내장산국립공원에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단풍나무 가운데 11종이 산다고 합니다. 봉우리가 600~700m대로 높지 않고 참나무류와 단풍나무가 숲의 중심을 이루는 데다, 입구 쪽 진입로에는 50~70년 된 단풍나무가 터널을 이룬다는 국립공원 관리소 직원의 소개가 있습니다. 특히 잎이 일곱 갈래로 작고 촘촘한 ‘애기단풍’이 붉은 빛을 짙게 만든다는 설명이 많습니다. 사람이 몰리는 명소라서 단풍철 주말에는 입구부터 붐비는 경우가 많으니 평일이나 이른 시간대가 유리합니다.
설악산과 오대산은 어떻게 둘러보면 좋을까요?
-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 설악산 소공원에서 해발 약 700m의 권금성까지 약 10분이 걸리고 왕복권만 판매한다고 안내됩니다. 상부에서 권금성까지는 15~20분쯤 더 걸어야 하며, 단풍철에는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정상인 대청봉(1,708m)을 노린다면 오색 코스가 편도 5.0km, 약 4시간으로 소개되는 가장 짧은 길입니다.
-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 — 평창군 관광 안내는 숲길을 약 1.9km, 한 시간 안팎으로 소개합니다.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인 643년 자장율사가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이 길에서 이어지는 선재길은 상원사까지 약 9km로 알려져 있어 체력에 맞춰 구간을 나눠 걷는 방법도 있습니다.
와들 의견
세 산을 두고 순위를 매기기보다 목적에 맞게 고르는 쪽이 낫다고 와들은 생각합니다. 이른 단풍과 바위 풍경은 설악산, 단풍나무가 만드는 색의 밀도는 내장산, 걷기 편한 숲길은 오대산이 어울립니다. 공통으로 유의할 점은 절정 시기가 해마다 며칠씩 흔들린다는 것이어서, 날짜를 하루로 못 박기보다 앞뒤 하루이틀 여유를 두고 실황을 보며 정하는 편이 실패가 적습니다. 케이블카와 주차장은 단풍철에 한꺼번에 붐비니, 대중교통과 이른 출발을 함께 고려해 보세요.
세 산 모두 정상까지 오르지 않아도 입구 가까운 계곡과 숲길만으로 단풍을 넉넉히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남보다 이른 단풍이 보고 싶다면 설악산이, 단풍의 밀도 자체를 느끼고 싶다면 내장산이, 호젓한 숲길 산책이 목적이라면 오대산이 먼저 떠오를 만합니다.
산은 일 년에 단 몇 주,
가장 붉은 얼굴을 보여준다.
— 와들편집자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