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려수도를 내려다보는 언덕, 통영 동피랑

통영 한려수도 케이블카
한려수도 위를 지나는 통영케이블카 (사진: Junho Jung,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통영은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명으로 자주 불립니다. 섬이 점점이 떠 있는 한려수도를 케이블카로 내려다보고, 골목마다 벽화가 그려진 언덕 마을을 걷고, 뱃사람의 도시락에서 시작됐다는 김밥을 먹는 것까지 — 통영 하루 코스는 대체로 이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국내 유일 2선 자동순환식, 통영케이블카

통영케이블카는 길이 1,975m, 8인승 곤돌라 47대가 운행하는 국내 유일의 2선 자동순환식 케이블카로 소개됩니다. 미륵산 정상까지 올라가면 한려수도의 섬들이 겹겹이 펼쳐지는 풍경을 볼 수 있어서, 날씨가 맑은 날엔 대마도까지 보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동쪽 벼랑 마을, 동피랑

동피랑이라는 이름은 “동쪽 벼랑”이라는 뜻의 통영 사투리에서 왔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에 통영항 주변에서 일하던 인부들이 모여 살면서 형성된 마을인데, 한때 철거 위기에 놓였다가 벽화마을로 재탄생하면서 지금은 통영을 대표하는 명소가 됐습니다. 언덕을 따라 좁은 골목을 오르내리며 집집마다 다른 벽화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맞은편 언덕인 서피랑까지 함께 둘러보는 코스로도 소개됩니다.

뱃사람 아내가 만든 충무김밥

충무김밥은 통영의 옛 지명인 “충무”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1945년 광복 이후, 바다에 나간 남편이 끼니를 제때 챙기기 어려운 걸 본 아내들이 간편한 김밥을 싸주기 시작한 게 유래로 전해집니다. 당시 고깃배에는 냉장시설이 없어서 속재료를 넣은 김밥이 쉽게 상했는데, 그래서 밥만 김에 말고 무김치 같은 반찬을 따로 담아낸 것이 지금의 충무김밥 형태로 굳어졌다고 합니다. 뱃일이 하루 종일 걸리고 식사 시간도 일정하지 않았던 사정이, 결과적으로 통영을 대표하는 음식 하나를 만든 셈입니다.

철거 계획에서 벽화마을로, 2007년 가을

동피랑이 지금의 모습이 된 데는 사연이 있습니다. 통영시는 낡은 마을을 허물고 동쪽 포대터인 동포루를 복원해 공원을 만들 계획이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 2007년 10월, 시민단체 푸른통영21이 ‘동피랑 색칠하기 전국벽화공모전’을 열었고, 미술대학 학생과 개인 18개 팀이 마을의 낡은 담벼락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벽화가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마을을 그대로 두자는 여론이 커졌습니다. 결국 동포루 복원에 꼭 필요한 마을 꼭대기 집 세 채만 헐고 나머지 철거 방침은 철회됐다는 것이 알려진 경과입니다. 철거 대상이었던 마을이 통영의 대표 명소로 바뀐 드문 사례라서, 이 이야기를 알고 걸으면 골목의 그림이 다르게 보입니다.

동피랑은 통영의 대표 어시장인 중앙시장 뒤쪽 언덕에 있다고 합니다. 시장과 항구에서 걸어 올라갈 수 있는 거리라 별도 차량 없이 이동하기 쉽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기 전에 알아둘 것

통영케이블카는 미륵산 하부역사에서 상부역사까지 편도 약 10분, 왕복으로는 약 20분이 걸린다고 안내됩니다. 상부역사에서 정상 전망대까지는 걸어서 20분 안팎이 더 걸린다는 설명이 많아서, 정상까지 오를 생각이라면 케이블카 시간까지 합쳐 한 시간은 넉넉히 잡는 편이 좋습니다.

  • 운영 시간 — 낮 시간대 운영이고 마지막 탑승은 폐장 30분 전쯤으로 안내됩니다. 매주 월요일은 쉰다는 안내가 있어, 월요일 일정이라면 확인이 필요합니다.
  • 요금 — 중학생 이상 왕복 1만 7천 원, 편도 1만 3천 5백 원으로 소개된 곳이 많습니다. 요금과 운영 시간은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에 공식 안내를 확인하세요.
  • 날씨 — 시야가 맑아야 섬들이 겹겹이 보이기 때문에, 비나 안개가 낀 날은 조망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루를 이렇게 나눠 보면

통영은 한 군데에 오래 머물기보다 세 곳을 이어 걷는 도시여서 순서가 중요합니다. 오전에는 중앙시장 근처에서 충무김밥으로 점심을 먼저 해결하고, 바로 뒤쪽 동피랑 언덕을 천천히 오릅니다. 오후에는 미륵산 케이블카로 한려수도를 내려다보고, 해가 기울면 강구안 쪽 항구 풍경을 보는 흐름입니다. 해 질 무렵의 풍경을 보고 싶다면 일몰 시간을 확인하고 탑승 시간을 맞추면 됩니다.

와들 의견

와들은 통영의 매력이 ‘볼거리 개수’보다 ‘걷는 거리가 짧다’는 데 있다고 봅니다. 시장, 벽화 언덕, 항구가 한 생활권 안에 붙어 있어 동선이 단순합니다. 다만 동피랑은 사람이 사는 주거 마을이라서 골목에서 큰 소리를 내거나 집 안을 들여다보는 행동은 삼가야 합니다. 케이블카는 날씨와 대기 시간에 따라 만족도가 크게 달라지는 일정이니, 하루 중 가장 유연하게 짜 두는 것을 권합니다.

케이블카에서 본 한려수도, 동피랑 골목의 벽화, 그리고 충무김밥 한 줄 — 통영은 짧은 일정으로도 바다와 마을, 먹거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같습니다.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동피랑 벽화마을 (사진: Junho Jung, 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

글: 와들 편집데스크 작성

빛바랜 것들도 누군가의 손끝에서 다시 피어난다.

— 와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