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가 지고 나면 여수는 완전히 다른 도시가 됩니다. 돌산대교에 푸른 조명이 들어오고, 바다 위로 케이블카가 조용히 오가고, 해안을 따라 포장마차 불빛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여수 밤바다”라는 말이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라는 걸, 해지는 시간에 맞춰 가본 사람들은 압니다.
해 지기 전, 진남관과 이순신광장에서 시작
밤바다 일정은 해가 아직 남아 있는 시간에 구항 쪽에서 시작하면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먼저 들를 만한 곳은 국보 제304호 진남관입니다. 조선시대 전라좌수영의 중심 건물로, 1599년에 처음 지어졌다가 불에 타 없어진 뒤 1718년에 다시 세워졌다고 전해집니다. 정면 15칸, 측면 5칸에 기둥이 68개 들어간 단층 목조건물이며, 현존하는 지방 관아 건물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소개됩니다.
진남관에서 바다 쪽으로 내려오면 이순신광장이 이어집니다. 구항을 매립해 2001년부터 5년 동안 공사를 거쳐 시민 공원으로 만든 곳이고, 해안을 따라 약 1.5km 산책로가 나 있습니다. 여수시 안내에 따르면 이곳에서 돌산대교와 장군도가 보이고,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바다 위를 건너는 해상케이블카여수 해상케이블카는 자산공원과 돌산을 잇는 1.5km 구간을 약 13분에 걸쳐 건너는, 국내 첫 해상케이블카로 알려져 있습니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바다와 돌산대교 야경을 동시에 볼 수 있어서, 해 질 녘에 타는 편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탑승 전후로 들르기 좋은 곳이 돌산공원인데, 여기서는 돌산대교와 장군도, 거북선대교까지 여수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고 합니다.
해안 따라 불을 밝히는 낭만포차거리
여수시 공식 관광 안내에는 거북선대교 아래 광장에서 낭만포차 18개소가 운영되는 것으로 소개돼 있습니다. 포장마차가 해안을 따라 늘어선 이곳에서는 여수에서 나는 해산물 요리를 맛보면서 돌산대교 야경과 밤바다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저녁 시간에 자주 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동백 3,000그루, 오동도
낮 시간대라면 오동도를 빼놓기 어렵습니다. 섬 전체에 동백나무가 약 3,000그루 자라고 있어 여수를 대표하는 동백 명소로 꼽히고,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동백 개화 시기가 아니어도 섬을 한 바퀴 도는 산책로 자체가 걷기 좋은 코스로 소개됩니다.
저녁 일정을 시간표로 줄이면
- 해 지기 한두 시간 전 — 진남관과 이순신광장을 걷고 해안 쪽으로 이동합니다.
- 해 질 녘 — 해상케이블카를 탑니다. 3월 16일부터 11월 30일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 30분(토요일은 밤 10시)까지, 12월부터 3월 15일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운행한다고 안내되며 편도 약 13분이 걸립니다. 요금은 일반 캐빈과 바닥이 유리인 크리스탈 캐빈에 따라 다르고 시기별로 바뀔 수 있으니 공식 안내를 확인하세요.
- 밤 — 낭만포차는 저녁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운영한다고 안내됩니다. 매월 첫째 수요일은 정기 휴무인 것으로 안내되지만 시기에 따라 예외가 있다고 하니, 해당 주에 간다면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다음 날 오전 — 오동도에서 동백 숲길을 걷습니다. 섬으로 들어가는 방파제는 1935년에 완공된 길이 768m이며, 1996년부터 동백열차가 다닌다고 합니다.
하멜등대에 얽힌 이야기
포차거리와 이어진 해안 끝에는 붉은 하멜등대가 있습니다. 높이 약 10m의 이 등대는 2005년에 세워졌고, 네덜란드 선원 헨드릭 하멜을 기리는 곳입니다. 하멜은 1653년 제주도 앞바다에서 배가 난파해 조선에 억류됐고, 1663년부터 1666년까지 여수의 전라좌수영에 머물다 1666년 9월 일본으로 탈출했다고 합니다. 여수시는 2004년 일대를 ‘하멜로’로 정했습니다. 밤바다를 보는 자리가 370여 년 전 이방인의 사연과 닿아 있다는 점을 알면 풍경이 조금 달리 보일 수 있습니다.
여수 10미 가운데 저녁상에 오를 만한 것
여수시는 돌산갓김치, 게장백반, 서대회, 여수 한정식, 갯장어회와 샤부샤부, 굴구이, 장어구이와 탕, 갈치조림, 새조개 샤부샤부, 전어회와 구이를 ‘여수 10미’로 소개합니다. 이 가운데 게장백반은 여수 앞바다에서 잡은 돌게를 주로 쓴다고 하고, 서대회는 오래 발효한 막걸리 식초에 고추장과 채소를 버무려 새콤하게 내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갯장어나 새조개처럼 철이 있는 메뉴도 있으니 방문 시기에 맞는 음식을 미리 골라 두면 선택이 쉽습니다.
와들 의견
와들은 여수 밤바다를 ‘한 곳에서 오래 머무는 여행’보다 ‘해안선을 따라 시간대별로 이어 붙이는 여행’으로 보는 편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낮에는 진남관과 오동도처럼 이야기가 있는 곳, 해 질 녘에는 케이블카, 밤에는 포차와 등대 쪽 해안을 배치하면 동선이 겹치지 않습니다. 다만 케이블카는 강풍이 불면 운행이 멈출 수 있고 포차는 정기 휴무가 있으니, 일정의 핵심을 한 곳에 몰아 두기보다 대안을 하나씩 마련해 두는 것을 권합니다.
해상케이블카로 바다를 건너고, 포장마차 골목에서 저녁을 먹고, 오동도까지 걸어본다면 하루 만에 여수의 낮과 밤을 모두 본 셈이 됩니다. 계절마다 분위기가 다르다고 하니, 언제 가느냐에 따라 또 다른 여수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 와들 편집데스크 작성
여행은 당신을 말이 없게 했다가,
다시 이야기꾼으로 만든다.
— 와들편집자 주





